검정머리 조의 일지

[간병일지] #16 이식은 미화되선 안된다. / 간이식 공여자 만 3-5일차 / 지하 미용실 머리감기 후기 본문

365일 일지

[간병일지] #16 이식은 미화되선 안된다. / 간이식 공여자 만 3-5일차 / 지하 미용실 머리감기 후기

검정머리 조 JOE 2024. 12. 2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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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모두들. 조입니다.
일주일만에 찾아왔네요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언니는 퇴원을 했습니다.

일단 3-5일차 회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3일차


또 잠들지 못한 하루였습니다.
4시 이후로 다시 잠들지 못한 언니.
이래저래 노력해 봤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또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결국 기나긴 헛구역질 끝에
짧은 토 2번을 내뱉고 지쳐버린 언니는
아침이 나오고 식어갈때까지 아픈 허리와 배를 붙잡고
침대에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버텼습니다.

피수치는 좋아지고 있는데 왜 통증은 이런지.
친절하신 간호사 선생님께서 언니에게 끝없이 위로를 던져주십니다.
"좋은 일 하려는데 참 너무 아프다 그지?"
"잘 하고 있어요. 너무 잘하고 있어."


의사선생님들도 언니의 심각한 상태를 주목하시고
식사를 멈추는 방식을 선택하셨습니다.
간밤에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가스가 내려오다 말고 왼쪽에 머무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열심히 움직이는 것만이 답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한놈만 조진다. 가스 너 죽었다.
저는 발마사지, 배마사지, 손마사지
마사지라는 마사지는 다 활용해서
어떻게든 가스를 빼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찾아본 발지도


언니도 계속 움직이고 움직이고
아프고 아프고.
끝없는 굴레에서 익숙하고도 그리운 소리가 안들려서
절망에 절망에 절망에 절망에
절망을 그리다가 결국!

언니는 제가 점심 먹으러 갔을 때
저를 빼고 혼자 첫 가스 분출을 경험했습니다.

아니....나도 듣고싶다고....

점심먹고 오니까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 언니.
가스도 뀌고, 또 중심정맥관도 오늘 제거해주신다 하셔서
입이 조금 가벼워진것처럼 조잘거렸습니다.

근데 이게 또 시련일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점심 후 잠시 씻고왓더니 의사 선생님 두분 오셔서
언니 중심정맥관 제거를 하고 계셨습니다.
중심정맥관 제거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중요합니다.
먼저 일자로 눕혀야하고... 20분정도 꼭 무거운 걸로
지압해줘야 하기에 사실 많이 갑갑한 편이죠.

근데 언니가 일자로 누운적이 없고
눕자마자 허리 통증과 벌어지는 상처가죽 통증에
정말 광증이 온 것 처럼 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이 갑갑하고 아픈데 20분이나 버텨야해서
저랑 간호사님은 5분만 더, 좀만 더라고 한참을 외치며
언니를 다독인 끝에 지압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중심정맥관은 심장에 연결되어있던 부분이다보니
산소가 들어가면 큰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압이 끝난 후에도 거즈를 꼼꼼히 붙인 다음에야
떨리던 몸 진정시키며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3시즘에는 이때까지 잘 나오지 않던
3번 담도관을 제거했습니다.
관 하나 뺄때마다 건강해진다는 말은 확실한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언니가 좀 배고파하고 전보다 더 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거든요.
결국 이날 언니는 저녁식사로 나온 죽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식단


저녁이 되니 또 약맞을 시간이었는데
아무래도 언니가 액체형 약을 받을수록
속 울렁거림이 심해지는것 같아
그냥 다 먹는것으로 대체하자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주말만 되면 컨디션 확 올라올거라고,
그 전에가 가장 아픈 날들이니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그렇게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3일차, 언니는 21바퀴나 돈 멋진 밤이었습니다.
밤에 심지어 시원한 방귀도 성공했습니다!



4,5일차

운동도 열심히 해서 잠이 잘올줄 알았건만
한숨도 못잔 언니는 결국 아침을 먹고 나서
그대로 다 토해버렸습니다.

결국 식사 중지에 들어가고
정확한 상황파악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으니
이번에도 위쪽에 가스와 음식이 가득 차있다고 하더군요.

먹은게 없는데 대변도 가득 차있어서
좌약까지 해야 했습니다

설명한다고 그린 병동 사진 ㅋㅋㅜ


이날 오후는 제가 개인 일정으로 고모와
잠깐 교대를 해서 자세한건 잘 모르지만
언니는 계속 찝찝했던 머리를
지하 1층의 미용실가서 감았고
그냥 속 비운채 계속 운동만 했습니다.

근데 지하 1층 미용실 고작 머리하나 감는건데
24,000원 받았다더군요..?

그리고 언니가 파마끼도 있고 그런데
머리도 (체감상) 대충 감겨주시고
파마끼도 안보신채 일자로 말려주신 덕에
돈은 돈대로 내고 파마는 파마대로 망치고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이날 밤도 언니는 한숨도 못잤습니다.
고모도 당연히 같이 못자서 고생했구요.

감격의 첫 타자


5일차 아침에는 배액관 하나를 더 제거했습니다.
주말이라 레지던트 선생님이 오셨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저번엔 느낌도 없이 뽑았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엄청 아프게 뽑혀서
언니가 원망의 눈물을 찔끔 흘렸다고 합니다.

방귀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지만
그래도 컨디션이 점점 올라온 언니는
점심부터 다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날부터 휴대폰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거의 무슨 하루만에 급속도로 컨디션이 좋아지더라구요.

통증도 여전히 있지만 전보단 훨씬 좋아지고
제가 저녁에 복귀했을때는
워커는 이제 필요도 없고 뽈대만 잡고도 혼자 잘 걸었습니다.

이게 하루만에 일어난 일......

지하1층을 같이 걷고있다는게 너무나 신기해서
몇번이고 곱씹었던것 같습니다.




일이 많으니 정신은 없고
글을 쓰자니 길어져서 조금 힘들더군요
그래도 오늘 마음먹고 이렇게 발행해봅니다.

언니는 지금 많이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이식은 정말 쉬운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적게된 이유도
이식을 결심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니
모두들 건강히, 열심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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