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머리 조의 일지
[간병일지] #15 같이 찰스엔터 볼 수 있을 줄 알았지/ 간이식 공여자 수술 후 만 1-2일 본문
안녕 모두들. 조입니다.
오늘은 수술 후 만 1일차와 2일차에 대한
회고 한번 진행해보겠습니다.
정신이 없었던 관계로 사진은 최소화 되었습니다.
만 1일차 (수술 다음날)
새벽에 언니는 복통과 구역질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특히 복대와 다리를 주무르는 기계가 너무 답답하고 덥고.
결국 옆 침대 아주머니께서 저희에게
무선 선풍기를 빌려주시고
병원에선 얼음을 조금 받아
몸을 조금이나마 식힐 수 있었습니다
어찌저찌 5시 이후로는 진통제가 잘 들었는지
조금 조금 자다가 피도뽑고 엑스레이도 찍고.
그리고 8시에 담당의 선생님께서 콧줄/소변줄 제거
오케이하셔서 앗사리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줄뺄때가 가장 고통스럽다고..
소변줄도 이게 안쪽에..? 싶었는데
콧줄은 위까지 연결되어있다보니 언니가 너무 아파했습니다.
특히 예고없이 슈욱 당기신 프로페셔널 간호사님..
그게 오히려 좋은거였겠지만 언니는 엉엉 울었습니다.
그 뒤에도 콧줄을 뺀 영향인지
심한 복통과 구토감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전에는 거의 구역질만 하다가 시간을 보낸것 같습니다.
속은 너무 울렁거리고, 배는 아프고
토는 차라리 하고싶은데 토가 안나오고
이도저도 아닌 가장 괴로운 상황에 놓이자
언니는 정말 갈피잃은 아이처럼 눈물만 흘렸습니다.
저도 같이 울고 싶었습니다.
점심 먹기 전, 언니는 진통제 효과가 좀 돌자
걸어봐야겠단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간호사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워커를 잡고 휘청휘청 옮기는 몇 걸음
얼마안가 돌아왔지만 대단했습니다.
오후에는 병실을 이전했습니다.
새벽에 4인실 창가자리가 났다는 좋은 소식에
냉큼 달려갔습니다.
근데 여긴 자리를 잘 공평하게 나눴더라구요..
전과같이 무지막지하게 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2인실보단 훨 나았습니다.
언니는 계속 37도 정도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더워하고 갑갑해했기에 창가자리는 저희한테
정말 하늘의 단비같은 소식이었죠.
감사한 일이 그래도 많네요.
3시에는 의사선생님의 권유와 함께
다시 워커를 잡고 병원을 돌았습니다.
6시에도 한번 똑같이 3바퀴씩 돌아,
오늘은 총 6바퀴 반.
2인실에서 함께 있던 아주머니께서
너무나 대견해하고 언니에게 많은 격려를 보내주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흰 인복도 많아요.
폐활량 연습도 너무 아플텐데
언니는 해내야한다는 마음으로
제 지시를 잘 따라주었습니다.
간간히 밥은 뭘 먹었는지,
엄마 걱정하고 저한테 자라고 하는 언니를 볼 때면
왜 언니였을까 생각도 듭니다.
운동을 다녀오면 언니는 바로 컨디션이 다운됐습니다.
다시 복통이 시작되고, 메스껍고.
그럼 진통제를 맞고, 울렁거리지않게하는 약도 맞고.
자기 전에는 맞는 약들의 양에 비해 배출량이 너무 적어서
초음파로 몸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지만 꾸준히 화장실에 데려가야겠단 결심을 했습니다.
만 2일차 (수술일 이틀뒤)
새벽에 언니는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밤에도 너무나 아픈데 소등한지라 차마 소리는 못내고
눈물만 뚝뚝 흘리던 언니.
저도 언니 지켜보려고
20분마다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려했지만
전날 체력을 너무 많이 썼는지 1시간 반이나 잤더라구요.
자고일어나고 자고 일어나고.
전 점점 개운해지는 반면
언니는 잠을 못 자 수척한 상태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3바퀴 돌고 폐활량 연습도 했습니다.
아프지만 해야한다는 정신으로 어떻게든 해내는 언니.
하고나면 역시나 아파서 다시 골골대다가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다시 일어나 3바퀴 돌았습니다.
너무 아파하는 언니를 두고 담당의 선생님은
"시간이 약이에요..힘내세요.."
하고 가셨습니다.
점심에는 드디어 처음으로 음식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흰 죽. 두부조림. 그리고 정체모를 신 물.
간식도 챙겨주셨는데 먹을수 있을란지.
점심 후 3바퀴 돌고 양치하고 다시 누운 언니.
또 밀려오는 복통과 구역질에 결국 어디선가 올라온 덩어리 하나를 내뱉고는 누웠습니다.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너무 아파서.
언니는 계속 이렇게 아픈줄 몰랐다며 연신 호소합니다.
책에 "그때 너무 아팠다." 라는 한줄이
이렇게 길고 고통스러운 날들일줄야
언니는 고통의 끝을 이해한 것 같았습니다.
저녁 전에는 이뇨제를 맞았습니다.
들어가는 양에 비해 배출양이 너무 적어서 그런것인데요
남들은 몸무게가 빠지던데 언니는 찌고있습니다.
이뇨제는 강력했고...
언니는 짧은 시간 내에 화장실을 4번이나 갔습니다.
중간에는 허리가 너무 아파 또 3바퀴 돌았습니다.
오늘만 벌써 12바퀴째네요.
저녁은 참 맛있게 나왔지만
너덜너덜해진 언니는 고통으로 아무것도 삼키지 못했습니다
물의 정체는 물김치 물이었습니다.
언니는 전혀 식욕이 없었구요.
몸이 좀 나으면 식욕이 생길까요?
차라리 엄청 배고파했으면 다행일 것 같기도합니다.
그 뒤에는 어렵게 잠들었지만
애석하게도 같은 병실 사람 휴대폰 소리에
깨고 말았습니다.
왜 드라마를 보는데 이어폰도 안끼고
소리를 그렇게 크게 하고 보는지
언니가 깨는 순간 진짜 절망이었습니다...
언니는 다시 움직였습니다.
3바퀴 돌고, 물먹고 약먹고
여전히 아픈 배를 호소하며 누웠습니다.
못 누웠습니다. 그때부터 11시반까지 언니는
일어났다 누웠다 걸었다 구역질했다를 반복했습니다.
일어나있기 힘들어서 누우면
허리도 아파서 그냥 걸어보려하고,
걷자니 울렁거리는 속은 진정 안되어서 힘들고.
결국 열까지 올라 더 답답해진 상황.
자고싶은데 잘 수가 없으니 언니는 많이 예민해졌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저희는
한번도 해본적 없는 자세를 취해보았는데,
바로 1자로 평평하게 누워서 옆으로 자는것입니다.
원래는 구역질이 심해서 이렇게 잘 생각을 안해봤는데
해보니까 훨 낫더라구요.
그때부터 다행히 언니는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했습니다.
새벽에는 cpcr 코드블루 11x병동 lct라는 방송이
무려 3번이나 울렸습니다.
이 병동이 비교적 평화로워서 그렇지 어디선간 정말
죽음이 오고가는 현장이겠구나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사실 언니 하나도 전쟁터입니다.
간 이식. 간이식. ㄱㅇㅅ.
이젠 제가 뭐라는지도 모르겠네요.
금요일만 되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젠 뭐든지 야속할 뿐입니다.
오늘의 결론은 고통은 사람 by 사람.
사람 마다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복강경을 하지 않아서 더 아픈 것일까요?
남자보다 여자가 물약 부작용에
더 예민하다는 것도 있었습니다(간호사님 가라사대)
오늘 저녁엔 더 나은 모습으로 잠들수 있기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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